No Other Choice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동일한 환경과 상황이더라도 누군가는 월에 250만원이면 나름 만족하며 살아가고, 누구는 월 500만원을 벌어도 부족하다고 한다. 주변에 동탄에 아파트를 분양받고, 그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수혜를 본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다. 하지만 이들의 동일한 의견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다. 50대가 되어도 아직 높은 직급에 직장에 다니고,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지만 부족하다. 또 누구는 요즘 월 300만 원으로 혼자 어떻게 먹고 사냐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질들을 얻어야 이들은 만족을 할까? 현세대의 젊은이들과 이들의 물질적 가치 기준은 다른 것일까? 이런 기준은 자신들의 사치들을 모두 포괄할 수 있을 정도인 것일까? 매년 해외여행은 1번 이상 가줘야 하고, 주마다 골프도 치러 다니고, 아이들의 학원, 유학 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차는 제네시스 G70 정도는 타줘야 하고, 동탄 아파트 정도는 자가로 갖고 있어야 그나마 평타인, 그런 건가?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인간들에게는 아무리 돈을 쥐여 줘도 부족할 것이다.

기득권은 더 갖고 싶어 하고, 비기득권은 어떻게 해서라도 기득권 안에 들어가려고 아등바등 기를 쓴다. 무리해서라도 대출받아 서울에 작은 아파트를 사려고 하고, 돈 되는 일이라고 하면 정말 뭐든지 한다. 인간의 욕심 끝에는 결국 시스템의 붕괴, 파멸이다. 젊은 애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그 양질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년층은 정년을 늘려 달라고 한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제로섬 게임에서 이긴다 한들, 이제는 사람을 대체할 자동화 AI 시스템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 이제 그 AI 시스템을 관리하는 1명의 자리 속에 들어가려고 죽이고 또 죽일 것인가? 도대체 뭘 위해 자신의 인간성, 도덕성까지 다 버리면서 이 기이한 싸움을 하는 것인가? 고작 대치동 월 100만 원짜리 가스라이팅 하는 학원과 새로운 골프채,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를 사기 위해서? 고작 그딴 것들로 직간접적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행동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저런 것들을 얻으면 정말 그만한 가치를 느낄 만한 만족스러운 포만감이 드는가?

영화 속 이병헌은 태양제지에서 25년을 다녔고, 꽤 높은 직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고당했다. 여기까지는 오케이. 기술과 시스템의 변화 속 어쩔 수 없는 일개 개인의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 후에 자신의 물질적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전과 같은 생활 수준을 바라는 모습이 단순 영화 속의 모습이 아니라 현실에 만연한 모습이라는 게 나를 짜증 나게 만든다. 25년 동안 미래를 위해 자산 관리를 한 것도 아니야, 젊은 애들과 기술 발전에 대체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기술을 준비한 것도 아니야,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내가 집을 팔자고 하는 의견에도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 나이가 들어가면서 회사에서 자신의 경쟁력은 떨어져 가고, 아이는 커가면서 돈은 더 드는데 25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는 뭐 하고 위기가 닥치니 이제 와서 억울해하는 거지? 뭐 극 중 이병헌 정도의 나이인 사람들이 어렸을 때에는 정보나 교육이 부족해서 이런 문제나 대처법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치자. 근데 그건 옛날이고, 인터넷과 유튜브가 대중화된 지 지금 몇 년째인데. 넷플릭스로 드라마는 잘 찾아보면서 교육과 정보가 부족해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 이건 그냥 자신이 정보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걸 핑계 대는 것이다. 결국 이병헌도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재취업을 했지만, 결국 그 끝은 이성민과 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아내는 더 이상 살인자인 남편을 안아주지 않을 것이고 돈을 모아 자신을 떠날 것이다. 남은 건 비참한 노후와 죽음뿐. 정말 이병헌은 살인을 통한 재취업밖에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좋아하는 식물을 통해서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진짜, 진짜로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는가?

이게 현 글로벌적인 현상이고, 한국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고 미래이다. 아무런 준비되지 않은 중년들 중 일부는 회사에서 쫓겨나 고생하며 전전긍긍 살아가는 것이고, 회사에 남은 사람들은 젊은 사원에게 업무를 전가해 더 쉽고 편허개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받아 가려고 한다. 결국 이런 행동들이 자기 자식들이 빚투를 하고, 히키코모리가 되고, 희망 없는 미래에 자살하게 만드는 행동들이다. 특정 기득권을 위한 너무나 이기적인 행동이 결국 자기 자식을 죽이는 행동이라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이런 능력도, 사고력도, 시스템의 변화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멍청한 새끼들한테 지배당하며 살아야 하는가? 나는 이런 것에 너무 분노한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핵심 원인은 과거 팽창 사회 속 기회를 잡은 인간들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자신이 가진 권력과 돈을 놓치지 않으려고 구조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말로는 능력 있고 젊은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고 하지만, 구조 자체가 젊은 사람들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으니, 개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기회를 갖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극악이다.

박찬욱 감독이 무거운 사회 문제를 코믹하게 잘 섞어 영화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극에 달한 기득권의 욕심과 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 어쩔 수 없다며 분노를 삭히며 살아가는 나에게는 쉽게 웃기 힘들었다. 선거 투표마저도 정치계 기득권의 입맛에 따라 조작되어진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근시안적으로 특정 세대와 기득권을 증오하는 건 서로를 미워하게 할 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 중 이병헌을 해고한 사람은 결국 그 윗사람이지만, 이병헌은 제지업에 대한 사명감이 있고, 식물을 좋아하고, 딸을 사랑하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죽이며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AI 자동화 시스템으로 얼마나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사람까지 죽이며 얻어낸 직장이지만 결국 달라진 건 없다. 짧은 안도 후에는 또다시 위기가 찾아올 뿐.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시스템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기술과 권력과 자본을 지배하도록 변화하는 사회 시스템을 막을 수 없으니 그저 어쩔 수 없다며 손 놓고 있어야 할까? 어리석은 놈들에게 지배당하며 살기 싫다면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개 개인이라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놓는 순간, 이제는, 정말 이제는 어쩔 수 없어지는 것이다.


2026년 0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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